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꽤나 차갑게 느껴진다. 그런데 바람보다도 내 마음이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이런 날은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어진다. 나는 홍성 남산을 선택했다. 그냥 맘 편하게 걷다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남산 초입에 도착했다.
안내판을 보니 남산과 이어지는 숲길 코스도 보인다. 하지만 어느 코스로 가야지 하는 생각보다 내 발이 닿는 곳까지 갔다 돌아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걸었다. 남산은 정상까지는 20분도 안걸리는 정도로 나지막한 산이다. 그래서 운동이나 산책삼아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조금 일찍 나섰더니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하다.
걷다보니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산비둘기도 만나고 이제 봉우리를 피우기 위해 움크린채 기다리는 진달래도 보인다.
산수유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며 노란 빛깔을 뽐내고 있다.
10분도 채 오르지 않은 듯 한데 벌써 전망이 확 트인다.
조금더 걸어본다. 걷다보니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 빛깔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잠시 멈춰섰다.
커다란 나무와 나뭇가지의 형상들이 내 가슴에 박혀버렸다. 그 순간 직감했다. 나무와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일단은 계속 걸었다. 그리고 나무 앞에 멈췄다. 손으로 쓰다듬으니 나무 표면이 거칠다. 이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닿도록 나무를 폭 안았다. 거친 표면과는 다르게 참 따스했다. 그 순간 차가웠던 내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퍼지는 것을 느꼈다. 다른 나무들도 안아봤다. 각기 다른 나무들은 각각의 체온도 모두 다르게 느껴졌다.
가끔 마음이 싸늘해질 때 위로 받고 싶어진다. 그럴 때 말 한마디보다 한번의 포옹이나 스킨쉽이 아주 큰 위로가 된다. 남산을 거닐다 무심코 안은 그 나무들, 어쩌면 나무가 나를 끌어서 안게 했구나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 끌림이 없었다면 이런 낯선행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나무의 따스함을 생각하니 뭉클하다.
따스해진 가슴 덕분에 오늘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