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200년을 훌쩍 넘긴 한국의 천주교는 모진 박해 속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신자가 목숨을 바쳤고 이들의 순교를 기리는 성지가 전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해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함께 폐막미사를 집전하셨던 곳 중 하나인 서산 해미성지를 찾았습니다.  

충남 서산에 있는 해미성지와 해미읍성은 천주교 박해 역사가 남아 있는 곳으로 해미읍성에서 남서쪽으로 2㎞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해미순교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이후 1882년까지 이어진 천주교 박해에서 이 지역 천주교 신자 천명 이상이 순교한 곳입니다. 특히 생매장 순교지로 유명한 해미 순교성지는 생매장 터를 형상화하여 만든 대성당과 소성당을 갖춘 해미성지성당과 기념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해미성지 기념관에는 순교 기록화와 조각과 함께 성지에서 발굴된 순교자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내포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은 사약, 몰매질, 교수형, 참수형 등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 때에 생매장은 물론 개울 한가운데에 있던 둠벙에 죄인들을 꽁꽁 묶어 물속에 빠뜨려 죽이는 수장 방법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기념관 맞은편에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팔다리를 잡아들고 머리를 메쳐 살해했던 곳인 '자리개 돌'이라는 사형대가 지금까지 전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개 돌을 지나면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볼 수 있는데 가슴아픈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적막함만 흐르는 그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또 한쪽에는 이 곳의 옛날 지명인 '여숫골'을 새긴 비석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신자들이 끊임없이 '예수, 마리아'를 외치던 소리가 주민들에게는 '여수 머리' 로 들려 '여숫골'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한 제단과 좌석을 모두 커다란 돌로 꾸민 야외 성당을 지나면 그 너머로 순교탑을 볼 수 있는데 해마다 수많은 신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이름 없는 순교자의 넋을 위해 기도한다고 합니다. 해미성지는 생매장 순교 터와 순교자의 유해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확인, 발굴되어 현재까지 보존되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이 곳이지만  "그렇구 말구, 기쁜 마음으로 내 목숨을 천주님께 바치는 거야" 라는 비석에서 느낄 수 있었듯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수 많은 신자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앞서가신 순교자님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해미 순교성지는 충남 서산시 해미면 성지1로 13 에 위치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