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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남포향교에서 ‘춘기 석전제’

이곳이 바로 인성교육의 장

2016.03.20(일) 23:17:48 | 솔바다 (이메일주소:jadoori@hanmail.net
               	jadoori@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갖가지 꽃들이 수줍은 듯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내가 사는 지역엔 ‘춘기석전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봄을 알리는 파수꾼이기도 한데 “올해는 꼭 가봐야지” 다짐을 하였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1

           진입로에서 알리고 있는 현수막과 대기하고 있는 차량


지난 16일 아침. 옥마산이 펼쳐진 남포향교로 향하였다.
제향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서자니 해맑은 햇살도 반갑게 동행을 한다. 참으로 모처럼 보는 햇살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제일 큰 상징물인 남포향교.
남포읍성을 지나고, 남포초등학교를 지나려니 유림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다가 실어 나르고 있는 거였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내 뒤에도 몇몇 어른들이 오고 계셨다.
 
'부-ㅇ ~~' 하고 달리니 금새 홍살문 앞이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2

        일찌감치 내리셔서...


‘大小人員皆下馬’
망설일 것도 없이 정차를 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임금님도 내려야 하는 하마비이니 누구라도 내려야 한다.
그만큼 향교는 정숙하고 엄숙해야 하는 신성한 곳이어서이리라.
대성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향교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시선을 끌었다.
저 멀리 보이는 저수지와 산야에서 한껏 아지랑이가 되어 햇살과 뒹굴고 있어서였는데 과연 첫 눈에도 선경이다. 이 모습을 성현들도 보고 계실까.

그동안 닫혀있던 태극무늬가 있는 외삼문이 활짝 열렸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3

                    유림들이 제례복을 입고 들어섭니다


공자탄생 제2567년을 맞으며 석전대제를 지내는 날이니 누가 와도 좋을 일이다.
먼저 오신 유림들은 준비를 하고 계셨고, 일을 돕고 계신 여사님은 불편하심에도 전날에 이어서 오늘도 수고하고 계셨다. 함께 주전자에 술을 따르고, 점심 대접을 위한 상차림을 잠시 거들기도 하였다.
 
전교(황장연)님은 삼헌관(三獻官)과 유림을 비롯해서 남포 중학교 학생, 지역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을 시작하셨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4

              진행을 하시는 남포향교 황장연전교님


이어서 집례(執禮)께서 진행을 하시는데 표현들이 생소하면서도 어려웠다.
'뭐라고 하시는 걸까...'
단 아래에 있는 학생이 쉬운 귀절로 받아 잇는다.
학생은 한 구절씩 하는 집례의 말씀이 끝나는 대로 이어서 하곤 하였는데 계속 듣고 있자니
“아~ 하. 그렇구나” 무슨 말인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집례의 “대축~ 이패 미수 초헌관~~~” “차에술성공신위전~~~”하면
학생집례는 “축관(祝官)은 헌관에게 대패를 주시고~~~“ ”다음은 술성공 신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시오~~~“

또 “알자(謁者) 초헌관은 자리로 가시오” 하면 ‘알자’라고 하는 분께서 얼른 공손한 자세를 취하시고는 초헌관을 모시며 안내하고 계시니 삼헌관의 동선이 보이기도 하였다.
아무리 들어도 마이동풍일 것을 학생집례의 덕으로 진행상황을 알 수 있었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5

                   얼마나 또박또박 잘도 하던 학생집례

학생의 참가 프로그램은 참 좋은 아이디어였다.
동시에 인성교육의 효과도 있을 것 같았는데
집례가 “배~~~” 하면 모두 엎드리고, “흐---ㅇ”하며 일어나는 체험도 하면서 이러한 소중한 시간도 가져보고,또 나같은 사람에게는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니 서로 좋은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술을 받고...,  한걸음 물러나 절을 하고..., 신위 앞에 놓으시오...” 라는 것이 자주 들리는 걸 보니 절정인 것 같았다. 제사를 지내는 하나하나가 집례의 명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였는데 이러한 의식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제례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큰 의식행사라고 한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이 된 이 행사가 한창이고 있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6

            중요무형문화재인 제례의식행사가 한창입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학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예외일까마는 거의 7~80대들인 유림들의 자세는 한결 같다.
“서 있는 것은 서있겄는디 허리가 아퍼서...”
그래도 미동만 있을 뿐 자세는 흩어짐이 없으셨다.
참 대단하시다. 이러한 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요즘 매체를 보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성교육이 절실함을 본다.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는 다양하겠지만 이 날이야말로 어르신들의 공경어리고 굳건한 정신이 돋보였는데 이러한 어른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웠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여기에 있는 학생들도 이러한 기회는 훗날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7

                     유림들을 보며 한껏 배워봅니다

그렇다.
조상님을 모시기가 어디 쉬우랴.
이 날은 공자님과 성현들의 제례를 지내는 날이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러한 큰 제사를 지내오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직접 빚은 술로 석전제를 치르며 많은 시간과 여러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있는 일면만을 보는 것으로도 대단하였는데... 전국의 향교에서 동시에 행하고 있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8


                 정성이 가득한 진설된 모습들

계제 이러한 전통을 지켜보며 조선시대의 향교처럼 효와 예를 중요시하는 인성교육장이 되어
보존되고 있는 명륜당에서 들려오는 학동들의 음성을 그려본다.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9

                    학동들의 글읽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점점 대행사가 끝나가면서 '어르신들은 도서관'이라고 하더니 치르는 동안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자유로워진 향교의 뜰은 삼삼오오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꽃들이 만발하기 시작하고
그리고 모두 모여 순간을 남겼다.
"전교님을 비롯하여 모두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차-ㄹ 칵"

 

남포향교에서춘기석전제 10

                              모두 모여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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