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명재고택의 이색가족 큰오색딱따구리

 

지금 보이는 새의 이름이 뭘까요?
딱따구리입니다.

아니 큰오색딱따구리입니다.

계룡도령이 처음 논산 명재고택과 인연 이후
매번 듣게 되는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
눈으로는 확인을 했지만
망원 렌즈가 없어 담지 못하다가
3월 16일 우연히 70-200 백통을 들고 간 덕분에 담은 녀석입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기호유학의 중심 논산 명재고택에는
그저 눈에 보이는 듯 한 모습 속에서
그 시절 충청도 양반가의 기품과 절제가 느껴지는데
우측 배롱나무 뒤로 높게 솟아있는,
절반은 목숨을 다한 듯 서있는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이 겨울에서 새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가지들이 죽어 썩어가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혹시 나무의 수명이 다해 그런 것은 아니냐구요?
ㅎㅎㅎ
위 나무 사진 중 자세히 보면 그 원흉이 조그맣게 보인답니다.
 

특히 봄이 되면 더 심해지는데...
다름 아닌 봄이 큰오색딱따구리의 번식기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행동 때문에
언제나 논산 명재고택의 살구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참하리만치 파헤쳐 진 살구나무 보이시나요?
올해는 저 윗가지까지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의 큰오색딱따구리는
머리가 붉은 색인 것을 보면 수컷이랍니다.

큰오색딱따구리는
한대에서 온대·아열대에 걸쳐 분포하기에 한국 전역에서 서식하지만
흔하지 않은 텃새로 몸길이가 약 25~28cm이며
수컷은 정수리 전체가 진홍색이라 화려하고
암컷은 검은색이라 크게 눈에 뜨이지 않고,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아래꽁지덮깃이 분홍색이랍니다.
 

논산 명재고택의 어느 여름날 사진...
위 사진의 왼쪽 꼭대기와 일부 가지에 잎이 없는 나무가
바로 큰오색딱따구리로부터 수난을 당하는 살구나무인데
문제는 이 살구나무만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ㅠ.ㅠ
 

논산 명재고택에는 조상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사당에도 구멍을 뚫어서 문화재를 훼손해 놓았습니다.
ㅠ.ㅠ
 

주로 큰 나무가 우거진 활엽수림에서
단독 또는 암수가 함께 산다고 하며
큰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틀고
그 안에 4월 하순부터 한 배에 3∼5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지금부터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겠죠?

부리 끝으로 나무줄기를 쪼아 구멍을 판 뒤
긴 혀를 집어넣어 구멍 속에 있는 곤충의 유충을 잡아먹는데
먹이는 주로 딱정벌레(갑충)·나비·벌·파리 등과
다지류 곤충을 잡아먹거나 곡식 등 식물의 씨앗도 먹는다고 합니다.

논산 명재고택 뒤로는 큰 숲도 있고,
주변에 농사를 지으니 곤충을 비롯한 곡식 등 식물의 씨앗이 많아
텃새로서 살아가기에 안성맞춤인 듯합니다.

그래서 논산 명재고택을 찾는 이들에게
신비감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좋으나
문화재에까지 구멍을 뚫어대니 많이 속상하겠죠?

아무튼 현재까지는 적당한 선에서 공생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큰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