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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선복악재(善福惡災) 소고

어떤 별칭

2016.03.12(토) 03:45:57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애초 내 본명은 외자로 선(善)이였다. 즉 홍선(洪善)이었다. 착하게 살라고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따라서 과거 친구들이나 어르신들께선 나를 “선이야~”라고 불렀다.
 
그러던 것이 바뀐 건 초등학교 입학을 앞뒀던 내 나이 일곱 살 무렵이지 싶다. 산에서 도를 닦는다는 아버님의 친구분이 우리 집에 오셨다. “네 아들 이름이 뭐냐? 뭐 ‘선’이라고? 단명할 이름이니 이름 당장 바꿔!”
 
그리곤 즉석에서 바꿔주신 게 바로 지금의 내 이름인 경석(卿碩)이다. 풀이를 하자면 ‘벼슬을 하여 크게 될’ 사람이란 뜻이다. 한데 벼슬은커녕 누구나 얕잡아보는 경비원이나 하고 있으니 그 아저씨는 아마도 땡중, 아니 ‘땡도사’였지 싶다.(^^)
 
여하간 그 바람에 나의 사촌동생 셋은 나의 선(善)자 돌림에 의거, 지금도 다들 그 선(善)자가 앞에 선다. 선친께서 작명해 주신 이름들이다. 연초 절에 가니 주지스님께서 달력을 주셨다. 그걸 식탁 앞에 걸어두고 늘 보는 터다.
 
이번 3월 달엔 그 달력의 아래에 다음과 같은 좋은 글이 새겨져 있다. “선을 심으면 복을 얻고 악을 심으면 재앙을 얻는다.” 그러니까 선복악재(善福惡災)란 얘기다. 엿새 전 딸과 예비사위를 데리고 온양의 숙부님 댁을 찾았다.
 
우리 집안에선 유일무이한 손자사위를 보시는 때문이었는지 숙부님의 기쁨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숙부님의 칭찬이 이어졌다. “고진감래라더니 네가 착하게(善) 산 때문에 결국 복(福)을 받는 듯 싶구나.”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어머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께선 나를 중학교조차 보내지 않으셨다. 그런 원망까지 겹쳐서 야반도주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련한 아버지가 눈에 밟히는 바람에 보름 쯤 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술주정뱅이요 또한 봉두난발(蓬頭亂髮)에 풍찬노숙을 밥 먹듯 하신 분이었으나 어쨌든 나로선 세상에 하나뿐인 ‘아버지’였기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버지는 내 아들이 세 살 때 영원히 눈을 감으셨다.
 
딸은 이듬해 세상에 나왔으니 제 할아버지는 상상으로나 만나고 볼 일이다. 어쨌거나 아버지의 유지(遺志)가 담긴 나의 당초 이름 ‘선이’처럼 나는 그동안 착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뿐만 아니라 의리를 존중하고 신의를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는가 하면 약속을 하면 그야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반드시 지키려했음을 새삼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제도 아내는 지인들이 불러서 밖에 나갔다 왔다.
 
딸의 결혼식에 못 가는 대신 축의금이라도 받으라며 호출했단다. 남전생옥(藍田生玉)은 선복악재(善福惡災)와 견줄 수 있는 별칭(別稱)이란 느낌이다.
 


착하게 살아야 자손도 잘 됩니다.

▲ 착하게 살아야 자손도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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