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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소박한 출발이었지만

딸에 버금가는 엘리트 사위를 보는 이유

2016.03.07(월) 15:10:28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딸의 결혼식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어제는 아산에 사시는 숙부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딸과 예비사위를 호출했다. 온양온천 역 앞에서 만나 숙부님 댁으로 가니 숙부님과 사촌동생 등 가족들은 벌써부터 밖에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예약된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술부터 시키시는 숙부님을 뵙자니 얼마나 좋으셨으면 저러실까 싶어 덩달아 흐뭇했다. “우리 손녀딸 축하한다! 할아버지가 주는 술 받아라.” “넵~”
 
평소 아빠인 내가 술을 따라주면 기겁을 하는 녀석이었다. 그랬건만 어제는 고분고분하기가 마치 갓 시집을 와서 시댁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는 신부와도 같았다. 동생들과 제수씨도 내 딸과 사윗감이 너무 곱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 술에 흠뻑 대취했다. 2차는 숙부님의 집으로 와서도 이어졌는데 딸과 예비사위에 대한 칭찬은 여전한 진행형이었다. “둘 모두 외모도 외모려니와 S대와 동 대학원 출신의 수재와 재원의 만남인지라 더욱 좋구나!”
 
숙부님의 거듭되는 칭찬에 이런 말씀을 드리려다 꾹 참았다. “맞습니다. 헌데 그건 바로 저의 생애 최고의 ‘작품’이거든요.” 작품 (作品)은 예술 창작 활동으로 얻어지는 제작물임과 아울러 꾸며서 만든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내와 열애를 하던 십대 후반 무렵의 내 별명은 제임스 딘을 표방한 ‘제임스 홍’이었다. 참고로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은 미국의 영화배우로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짧은 영화인생을 마감하였다. 혜성 같은 짧은 생애는 사후의 그를 더욱 신비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누구나 소싯적엔 잘 나가던 시절이 있게 마련이다.
 
십대 후반에 나는 유명한 호텔의 지배인이었다. 따라서 당시가 나로선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그 즈음 날 따르던 처자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콩나물시루 버스로 한 가득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 눈에 들어온 대상은 지금의 아내가 유일했다.
 
군 복무를 마치느라 직장을 그만 두니 단박 경제난이 닥쳤다. 따라서 우리의 신혼살림은 반 지하의 월세와 비키니 옷장 하나, 개다리소반과 수저 두 벌의 진짜 ‘소박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뜨거운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게 해 주는 동력(動力)이었다. 아들에 이어 딸을 본 나는 더욱 정성을 쏟아 사랑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길렀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소위 좋은 대학을 나와 직장 역시 빵빵한 데 다닌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딸에 버금가는 엘리트 사위를 보는 나는 그동안 그에 걸맞은 처신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이 세상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아산의 숙부님이 무병장수하시길 소망합니다.

▲ 아산의 숙부님이 무병장수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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