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춘분이 지나면

‘우기청호’ 단상

2016.03.06(일) 03:15:57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3월5일)는 경칩(驚蟄)이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경칩이 되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또한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는데 남북관계는 더욱 얼어붙고 있으니 걱정이다.
 
하여간 경칩에 걸맞게 대지를 적시는 비를 맞으며 출근했다. 회사 근처의 나무에선 벌써 꽃망울을 맺고자 그 전초기지인 새싹이 올라와 새삼 우기청호(雨奇晴好 = 비올 때의 경치(景致)가 매우 훌륭하고, 갠 후에도 좋다는 뜻으로, 날씨에 따라 풍경이 변하는 모양의 묘사) 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야근에 들어가자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기 시작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겸 후배가 말했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전혀 차갑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로 보아 이미 봄은 우리 곁에 가까이 온 느낌이네요.”
 
“맞어. 그래서 사람은 속일지언정 계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린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거고.” 후배의 푸념이 이어졌다. “근데 오늘 같은 토요일은 시간이 더욱 더디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 경비원의 어떤 숙명이지. 그러니까 자네도 나처럼 야근을 하면서 글을 쓰든가 아님 책을 보는 등 보다 발전적인 방법을 적극 모색해 봐. 가뜩이나 잠도 못 자는데 그렇다면 정신건강에 좋은 것으로의 치환은 당연한 것 아닐까?”
 
경비원 5년차로 일하고 있다. 주근보다 두 배가 많은 야근을 하자면 당연히 잠이 부족하다. 교대로 2시간 여 잠시 눈을 붙인다곤 하지만 항상 긴장모드인 까닭에 숙면은 애초 불가능하다. 수면 부족으로 생기는 건강의 적신호는 적지 않다고 한다.
 
먼저 뇌 기능 저하이며, 잠을 적게 자면 면역 체계까지 약해져 병에 걸리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혈압에 이어 체중까지 증가하는가 하면 기억력은 저하된단다.
 
따라서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졸음으로 인한)하며 각종의 심장병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한다. 피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잠이 부족할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때문이란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자면 쉬는 날엔 무조건(!) 수면시간을 늘려야 한다. 나름의 처방은 점심 경 비교적 좋은 안주와 함께 술을 양껏 마시는 것이다. 한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되는 셈이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이따 아침에 퇴근하면 씻고 아산에 갈 것이다. 정오에 온양온천역 앞에서 딸과 예비사위를 만나기로 한 때문이다. 결혼식이 코앞에 다가온지라 숙부님 댁에 같이 가서 인사를 드릴 요량에서다.
 
점심을 대접하면서 기분 좋게 술도 마시리라. 춘분(春分) 엿새 뒤에 딸은 마침내 아리따운 신부가 된다. 딸과 사위가 결혼해서도 항상 어제 경칩의 날씨처럼 항상 촉촉하고 ‘우기청호’하길 바란다.


 
 

홍경석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홍경석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yungseok.hong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