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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내와 엄마

2015.10.21(수) 20:34:09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음 달 초에 상견례(相見禮)가 있다. 내년 봄 딸내미의 결혼을 앞둔 중차대한 모임이다. 그래서 쉬는 오늘은 아내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정식을 잘 한다는 곳을 여러 곳 찾았다. 그러나 썩 마음에 드는 곳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낙점을 하려고 한 집은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이었다. 작년에 허리 수술을 한 터여서 계단이 절벽인 아내로선 그런 식당은 공짜로 밥과 돈까지 준다손 쳐도 "아니올씨다~"인 때문이었다.
 
또한 테이블 형이 아니라 앉아서 먹는 온돌방 형 구조의 식당 역시 아내로선 ‘노땡큐’의 가파른 낭떠러지에 다름 아니었다. 결국 지난 봄 사윗감이 처음 왔을 때 접대했던 식당으로 예약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곤 이 사실을 딸과 아들에게도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상견례 날 뵈어요~” 점심을 사먹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아내는 장을 본다며 중간에 내렸다. 혼자서 집으로 돌아와 씻고 음악을 들으며 기다렸으나 아내는 함흥차사였다.
 
전화를 두 번이나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무료함이 집안의 정적마저 압도했다. 평소 아내는 ‘여자스럽게’ 수다가 많다. 반면 나는 그런 아내의 잔소리를 너무나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하여 야근이 있는 날에도 서둘러 집을 ‘탈출’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렇게도 징그럽던 아내의 잔소리가 그리웠다는 사실이다! 한데 이는 아마도 조만간 우리 곁을 떠나는 딸에 대한 어떤 상실감이 그 연유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담으며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있을 즈음 전화가 왔다.
 
아내였다! “왜 전화를 해도 안 받는 겨?” “응, 시장이다 보니 시끄러워서 가방 안에 있는 전화가 들리간디? 근디 왜 전화한 겨?” “그냥...... 암튼 빨랑 와.”
 
너무도 일찍 엄마를 잃는 바람에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런 상처가 있었기에 또래들보다 꽤 일찍 결혼했다. 지난 10월 12일이 결혼 34주년이었다. 그러나 돈과 시간마저 없어 여행은 그림의 떡이었다.
 
모르겠다, 다음 달에 출간되는 내 첫 저서가 잘 팔려 출판사에서 인세가 들어온다면 또 몰라도. 그런다면 비록 함박눈이 천하를 우롱한다손 쳐도 내 어찌 아내와의 여행을 마다할 손가. 아내는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이 두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집으로 들어섰다.
 
“나오라고 전화하지 않고?” “그럼 야근 마치고 나와 쉬는데 미안하잖아?” 나는 아내가 새삼 고마웠다. 그래서 덥석 껴안았다. “이 사람이 술 취했나?”
 
“그래, 나 취했다. 그래서 눈에 뵈는 게 없다. 너 말고는.”


 

부부는 사랑입니다.

▲ 부부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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