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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천안역·대전역·서울역

‘주경야복’의 연유

2015.10.15(목) 10:19:49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내 저서의 출간 마무리 관계로 서울에 가게 되었다. 볼 일을 마치고 지인과 술을 한잔 나누려고 약속장소인 서울역 앞으로 다시 가게 되었다.
 
서울 스퀘어(구 대우센터) 빌딩 앞을 지나노라니 어떤 교회에서 나와 찬송가를 크게 부르고 있었다. 이에 흥이 돋았던지 광대등걸(살이 빠져 뼈만 남은 앙상한 얼굴) 모습의 노숙인 한 명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도 모자라 급기야는 팬티까지 마구 벗어던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이에 놀란 교인들이 달려들어 그에게 옷을 입혔다. 하지만 만취한 노숙인은 되레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난리블루스’를 부렸다.
 
순간 나도 술을 마시지만 술을 먹어도 곱게 먹어야지 주변 사람들을 저 같이 피곤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나 싶어 혀를 찼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스럽게 노숙인도 서울역 노숙인은 ‘한 수 위’ 라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지인과의 통음(痛飮) 뒤 KTX를 타고 대전역에 내렸다. 어둠이 잠식한 대전역 앞 광장은 어떤 단체의 시위(示威)가 벌어지고 있었다. 순간 어딜 가나 인파가 몰리는 역 앞은 조용한 데가 없구나 싶어 마찬가지로 쓴웃음이 나왔다.
 
재떨이가 있는 데서 담배를 태우는데 노숙인으로 보이는 이가 담배를 구걸하였다. 하여 남은 담배를 아예 갑 째 주었다. ‘에그~ 그럴 거면 끊으슈.’ 10대 시절 나는 소년가장이 되었다. 그리곤 고향인 천안역 앞에서 구두닦이를 했다.
 
사통팔달의 역답게 그곳은 전국서 몰려든 이른바 깡패들도 적지 않았다. ‘깡패’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이 깡패는 아니고 건달이라며 거들먹거렸다.
 
그러나 깡패와 건달은 사실 도긴개긴이며 또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에 다름 아니었다. 건달(乾達)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인 까닭이다. 또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도 건달의 축(軸)에 든다. 여하튼 깡패이자 건달인지는 모르겠으나 생면부지의 사람이 시비를 걸며 나를 마구 구타하기까지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엄마 없이 홀아버지와 애면글면 힘겹게 사는 것도 억울하거늘 감히 나를 때려?!’
 
나는 자강불식의 차원에서 주경야독(晝耕夜讀) 성격의 ‘주경야복’으로 복싱을 배웠다. 그리고 이후로부턴 절대로(!) 맞지 않았다. 역 앞은 무시로 사람들이 출입하는 공공의 장소이다.
 
따라서 새줄랑이(소견 없이 방정맞고 경솔한 사람)들이 앞으론 안 보였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 어제였다.
 

독서로의 몰입 역시 예절 함양에 도움이 됩니다.

▲ 독서로의 몰입 역시 예절 함양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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