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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세월이 앗아간 김장 김치의 맛

2015.10.08(목) 11:02:17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는 퇴근을 앞두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저녁은 외식합시다. 우리가 단골로 가는 매운탕 집으로 와.” 아내를 거기서 만나 새우탕을 주문했다. 식탁에 오른 각종의 김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맛을 돌게 했다.
 
하지만 치아가 워낙에 시원찮은 까닭에 나는 배추 김치를, 그것도 젓가락으로 잘게 찢어서 겨우 한 점밖에 먹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한국인과 김치는 결코 떼고서 말할 수 없다. 밥을 먹을 때나 라면을 먹을 때 역시도 김치가 없다는 건 ‘실정법 위반’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다시금 날씨는 이 땅의 주부와 엄마들에게 김장을 담글 것을 명령하고 있다. 김장 김치엔 종류도 많은데 배추김치를 필두로 깍두기와 열무김치, 나박김치와 동치미가 그 뒤를 잇는다. 보쌈김치와 쪽파김치, 돌나물김치와 오이김치도 별미다.
 
고들빼기 김치와 부추 김치도 좋지만 도라지 김치는 기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겨울철의 효자이지 싶다. 우엉 김치와 미나리 김치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거론치 않으면 섭섭하다 할 것이다. 지난 추석에 한과를 먹다가 그만 이빨이 깨지는 봉변을 당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한과를 녹인 뒤에 살살 먹었으면 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슨 새파란 이팔청춘이라고 그걸 냅다 물어뜯다 그만 탈이 난 것이었다. 그 바람에 영구(개그맨 심형구가 유행시킨 캐릭터)도 그런 ‘영구’가 따로 없다.
 
오늘날 나의 치아가 이처럼 너무도 부실한 까닭은 평소 치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강해서다. 또한 내 젊음과 청춘, 그리고 패기와 열정까지를 세월이란 녀석이 훔쳐간 때문이다. 따라서 거울을 보면 한숨도 나오지만 어쩌겠는가.
 
생로병사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 인생길인 것을. 과거엔 과일도 참 좋아했다. 과일 중에선 특히나 사과를 즐겼는데 시장에서 파는 사과를 옷에 몇 번 문지른 다음 우적우적 씹으면 어찌나 달고 맛있었던지......!
 
그러나 그마저도 세월의 흐름에 의해 증발된 지 오래다. 이 또한 부실한 치아가 원인임은 구태여 사족이다. 어제 식당에서도 내가 김치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자 아내가 안타까운 눈길로 물었다.
 
“여보, 올해 우리 김장은 배추김치로만 담가야겠지? 무김치를 담가봤자 당신은 먹지도 못 하잖아!” “그렇게 해.” 눈이 펄펄 쏟아지는 겨울밤, 그렇지만 거실의 뜨거운 연탄난로 위에 올려놓은 냄비에서 잘 익은 고구마는 동치미와 아울러 추위를 극복하는 최고의 찰떡궁합이었다.
 
헌데 이젠 동치미조차 먹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 나를 속수무책으로 늙게 만든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마음과는 달리 먹을 수 없는 김치가 야속합니다.

▲ 마음과는 달리 먹을 수 없는 김치가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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