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하려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자리엔 수풀이 우거지고, 낙옆에 흩날리고, 눈이 내려 계절의 변화를 채우고 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겨울 산행을 준비해 보았다. 말이 거창하여 산행이라지만 홍성 군민들에게는 익숙하고 동네 뒷산 같은 용봉산인지라 편한 옷차림으로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출발해 본다.
오전 11시 반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산을 뒤덮고 있다. 잎새 위에도 나무 위에도 땅 위에도 그들은 겨우내 차가운 눈뭉치들을 다정하게도 붙잡고 있다.
쌓인 눈 사이로 길들이 보인다. 사람들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필자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많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가지 길이 있고, 각각의 길마다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독특한 풍경이 있으며, 더욱 좋은 것은 각각의 길들은 모두 산아래 혹은 산위의 한점에서 만난다는 것 즉 '만류귀종'의 이치가 세상살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용봉산 입구에서 얼마 올라가지 않으면 조그만 절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용봉사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산사인 만큼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다.
용봉사를 지나 병풍바위, 용바위등을 차례로 지나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홍성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전망대에 오르니 시원하고 탁트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홍성시내의 풍경은 아직은 훤하다.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아직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고 논밭이 많은 풍경이 도시처럼 숨막이거나 딱딱하지 아니하다.하지만 현재 내포 신도시를 비롯하여 홍성도 점점 발전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몇년 후 이곳을 다시 올랐을때 홍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마 지금과는 또다른 현재가 펼쳐지고 있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