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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추석명절이 무엇이길래

추석명절 뒤안길

2013.09.24(화) 04:24:31 | 김기숙 (이메일주소:tosuk48@hanmail.net
               	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 여름 어지간히도 더웠다는 것은 누구나 다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선선 할 때 아침 저녁으로 더위를 피해서 일을 했건만 더위를 이기지 못 하고 결국엔 더위를 먹었다. 물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뱃속이 더부룩하고 밥맛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더위였다.

주변에 익모초를 뜯어다 생즙을 내서 옛날에 친정어머니가 시킨 대로 밤이슬을 맞혀서 식전 공복에 먹었다. 맛은 쓰고 풀 잎사귀 냄새가 나서 먹기가 역겹워서 목구멍으로 넘기가 힘들다. 그러나 꿀꺽 넘기고 얼른 물로 입을 헹구어 내고 무짠지 한 조각을 먹으면 서서히 가라앉고 밥맛이 되살아난다. 더위에는 익모초가 최고다.

이렇게 힘겨운 여름이 있었는가 하면 태풍이 몰아닥치지 않아서 농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모든 곡식이 풍년이다. 둑에 심어놓은 오가피 콩이 누렇게 익어가고 뒷산에서는 알밤 삼형제가 후드득 떨어진다.

주워다 송편 속 넣을 생각을 하니 입에선 미소가 지어진다. 죽도록 더웠던 여름, 곡식이 잘되라고 밭을 매 주었으니 콩이 댓 값으로 잘 열어 준 것이다. 햇콩으로 송편을 빚어 먹으면 향긋한 냄새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송편은 반죽을 잘 해야 굳지도 않고 쫄깃하면서 맛이 난다.
콩을 까서 놓고 윗집 아우네로 열무를 사러갔다. 윗집 아우 남편은 몸이 안 좋아서 요양원에 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를 못하는데 정신은 있어서 집에 추석 쇠러 갈 거라고 식구들 면회 올 때마다 이야기하더란다.

아우는 얘기한다. 남편이 다녀가는 것은 괜찮은데 대 소변 때문에 걱정이라고 한다. 추석 전 날 남편을 데려다 차에 태우고 논으로 밭으로 구경을 시켜주니 자기는 이제 거기에 안가겠다고 하더란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면서 먹을 것을 계속 달라고 졸라댄다고 했다. 두 밤을 자고 아우는 요양원에 안가겠다고 보채는 남편을 떼어 놓고 집에 와서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또 고개 넘어 아저씨도 요양원에 계신데 집에 오시고 싶어도 코줄 환자라 집에 못 오신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젊어서는 술로 속을 썩이더니 이젠 먹을 게 많아도 먹지를 못한다고  하시면서 추석명절이 오면 뭐 하느냐고 하신다.

명절이 돌아와서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때문에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 괴로운 사람도 있다. 요즘 동네 어른들이 안 보인다 하여 소문을 들어보면 요양원에 계신단다. 그리고 집은 비어 있어 폐허로 전락하고 혼자 계시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쌀 10kg 을 담가 방앗간에서 빻아다 혼자계시는 할머니를 모셔다 도란도란 송편을 빚어서 몇 집 나누어 드렸다. 송편을 빚으려면 졸려서 어려운데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하니까 졸리지도 않고 얼마나 좋던지 다음부터는  더 많은 송편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으려고 생각한다.

농사를 지어서 쌀은 안사도 되니까 그것쯤은 도와 드릴만하다. 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들이 있다. 손자들 만나 볼 생각에 마음은 기쁘지만 조용하던 집안에 왔다갔다 떠들 것 같아 송편을 미리 빚어 놓았다.

조카들이 많으니까 과일과 선물세트를 골고루 사가지고 왔다. 비싼 것 좋은 것 보다 오래만 에 만나보는 기쁨 또한 더 없이 값진 선물이다. 그동안의 근황과 소식도 들어본다. 일곱 달 된 외손자까지 와서 울어대니 사람살맛이 난다.

이틀 동안 부산하던 손자며 아들딸도 각자 갈 길로 돌아갔다.
가고 난 뒤 생각해 보니까 김치랑 송편 남은 것도 싸 주지 못 했다. 며느리는 무엇이 바빠서 손자들 옷가지도 챙겨가지 못했다. 옷가지를 들고 아쉬움을 달래본다.
그렇다고 금방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제 오려나, 벌서 기다려진다.

허전한 마음에 TV만 쳐다보고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전화속의 목소리는 여자였다.
내일 바닷물이 아침 여덟시에 빠지는데 황금산 바닷가로 바지락이나 잡으러 가자는 것이다.
바다를 좋아하는 남편은 한 번에 승낙을 했다.

나까지 합쳐서 여자 넷을 태우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남편은 횡재를 한 셈이다. 명절 뒷날이라 모두들 먹을 것을 잔뜩 싸가지고 소풍 겸 바다를 가는 것이다. 왁자지껄하던 가족들을 보내고 남편에 대한 미안함에 바닷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남편을 요양원에 보낸 아우가 추진을 했단다.

바다에 가니까 명절 끝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다. 굴을 따는 사람, 게를 잡는 사람 등 낙지를 잡고 바지락도 잡는다. 물이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은 세시나 되어야 들어오기 때문에 물때가 길어서 좋단다.

세시가 되니까 뱃고동이 울리고 철석 쏴쏴 물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갈매기도 온다. 바다에서  나오지도 않는 바지락을 향해 헛 호미질을 몇 시간 하고  나와서 늦게 먹는 점심은 너무도 맛있다.

같이 간 아주머니 한분은 예쁘지도 않은 송편을 내놓으려니까 염치가 없는지 며느리 둘이서 송편을 주먹으로 뭉쳐 놓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내 놓는다.

“못생기면 어때유, 배고플 때 먹어 배만 차면 되지유”

아우는 바지락 캐러 온 것이 처음이고 바지락은 캘 줄도 모른다면서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른다. 또 다른 아주머니도 희귀병을 앓는 딸이 왔다 갔는데 마음이 안 좋아서 왔단다.

바다는 자기가 보름동안 보듬어 않은 고기를 내어주고도 모자라 사람들의 슬픈 마음도 받아준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 같은가 보다. 오면 반갑고 가면 허전한 가족들의 테두리다.

오가피콩은 잎사귀가 다섯장이다. 그리고 콩이 마르면 기름칠 한것처럼 반질 거린다.

추석명절이무엇이길래 1

호박을 넣어 반죽하고  옆에 분홍색은 맨드라미 로 물들엿다.
호박은 쪄서 으깨어 어레미로 내려서 질지않게 반죽을 해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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