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딴펄에 남들보다 수박농사를 더 잘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박이 남들 것 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달아요. 어서 와보세요.”
금요일 오후 한가로운 부여군청 기자실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왔다. 부여 규암면과 장암면 일대에 있는 넓은 시설재배하우스 내로 빨리 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크고 고른 수박 농사를 지은 주인공은 장암면 정암리 작은수작골에 사는 남오현(67세)씨. 뜨거운 하우스를 성큼성큼 걸으면서, 수박 자랑이 대단하다.
“여기 봐바. 하우스 입구나 뒤쪽이나 크기가 다 똑같잖아. 크기도 엄칭이(엄청나게)크지?”
열네동이나 되는 하우스에는 머리 두 개만한 크기의 수박들로 꽉 찼다. 넝쿨 사이사이로 호박만한 수박들이 노다지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이번에 유통에다가 4천7백만 원 받고 넘겼어, 남들보다 두 배 가량 넘게 받았지.”
남오현씨는 농사짓는 방법을 술술 털어놨다.
우선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단다.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되면, 크기가 제각각이고, 수박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오현씨는 우박퇴비나 홍삼퇴비 같은 발효된 완숙퇴비와 쌀겨(미강)를 쓰고, 밭갈이를 할 때 30cm 이상 해준다고.
“크기가 다 다르면 안 돼! 아까 봤지? 하우스 입구나 뒤쪽이나 다 똑같잖아.”
물도 일기에 따라 다르지만 날씨가 화창하면 7~10일 사이에 약 10분 정도만 주고, 환기도 추우면 아침 10시에 열어서 7시 이전에 닫고, 더우면 8시에 열어서 저녁 8시쯤 닫는다.
농약이라고는 처음에 뿌리는 진딧물 약이 전부다. 남오현씨는 “약 값도 비싸고, 약 뿌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무엇하러 뿌리느냐”며 “진딧물만 없으면 단 한 번도 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수박 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수술을 따다가 암수에다가 묻혀주고는 했는데, 지금은 하우스 내부에 양봉을 해 벌이 수정을 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는 큼지막한 수박 한 통을 차에 실어주시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봐, 이거 가져다가 먹어봐. 12kg은 넘는 것 같아. 엄청 무거워... 그런데, 이거 내가 들어야 되것지? 내가 드는게 맞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