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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친정에서 마늘캐고 돌아왔어요

2013.06.07(금) 20:44:21 | 양창숙 (이메일주소:qkdvudrnjs@hanmail.net
               	qkdvudrnjs@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마다 이때쯤 들녘의 논두렁이나 산기슭에 잡초는 무수히 자라 올라 농민들이 낫으로 쳐 내거나 예초기라는 풀 깎는 기계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논두렁과 밭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는 푸른 물결처럼 일고 투두둑, 투두둑 소리를 내면서 낫으로 잡초를 치는 계절의 맛, 바로 지금 이때입니다.

 거기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어 땡볕이 내리쬐는 지금은 가장 급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늘 캐는 일이죠.

 태안에서 농사짓는 친정 부모님.  이번달 초,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현충일날 노냐? 마늘이나 좀 캐러 올테여?”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오죽 바쁘고 급했으면 시집 간 딸내미한테 농삿일 도와달라 하실까요. 일손은 부족한데 사람 구하기조차 힘드니 전화 하신겝니다.
 현충일 당일, 이름 아침 태안으로 달려갔더랬습니다. 마늘 캐러요.

 논두렁, 밭두렁의 푸르게 자란 잡초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두둑, 투두둑’ 소리 듣기도 어렵습니다. 잡초들을 낫으로 쳐낼 시간조차 없는 농민들. 이제 잡초들도 제세상입니다. 여유롭지 못한 농민들, 연세 드신 농민들 덕분이죠. 앞으로는 농촌도 잡초들 세상일까요? 호호호...

땡볕 아레 수건을 뒤집어 쓰고... 열심히

▲ 땡볕 아레 수건을 뒤집어 쓰고... 열심히


 마늘밭입니다. 이미 그저께 두분이 왼종일 캔 덕분에 많은 작업을 해 놓으셨더군요. 팔을 걷고 함께 마늘 캐기에 동참했습니다.

 마늘을 캐기 전, 아버지는 근처 지하 관정에서 물을 뽑아 올려 밭에 뿌려 놓습니다. 그래야만 가뭄속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을 축축히 적셔 놓아 마늘 캐기가 수월하기 때문이죠.

 물에 촉촉이 젖은 마늘 밭. 덕분에 마늘이 쑥쑥 잘 뽑힙니다.

그래도 작업한 티가 나는 수북히 쌓인 마늘

▲ 그래도 작업한 티가 나는 수북히 쌓인 마늘


 서너시간 진땀을 뺐더니 이렇게 뽑은 마늘이 수북히 쌓입니다. 일한 보람이 납니다. 김장 담글때나 평상시 마늘 먹을때는 멋 느끼던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입니다.

  마늘은 지난 늦가을에 심어 놓습니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와 함께 마늘 씨를 심으며 묻습니다.
 "엄니, 왜 이렇게 한 구멍에 여러 개의 씨를 묻어유?" 
 엄니는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는 저 산에 사는 새들이 먹고, 하나는 이 밭에 사는 벌걱지가 먹고 냉거지(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먹능겨"
 농민들의 지혜일까요, 아니면 천성이 나눠 먹는 것을 기본으로 아시며 살아온 소박한 정일까요.

 하지만 요즘은 당신이 말씀하셨던 “저 산의 새”들이 너무 많아 밭 주변에 그물을 쳐야 합니다. 녀석들이 욕심을 부려 우리 사람들이 먹을 것을 남겨두지 않기 때문이죠.

 날짐승들의 욕심을 이겨내고, 어머니의 정성속에 녀석들이 땅속에서 머무르던 마늘 씨앗은  싹을 움틔우는 순간 이내 겨울을 맞죠. 얼어 죽지 말라고 거기에는 짚을 깔아 줍니다.

굵고 잘 생긴 통마늘

▲ 굵고 잘 생긴 통마늘


 빙하기 같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마늘은 봄에 마늘 쫑을 우리에게 먼저 선물 하고난 다음 지금 이렇게 굵은 통마늘을 안겨줍니다.

마늘을 묶으시는 아버지

▲ 마늘을 묶으시는 아버지


 다 뽑은 마늘을 아버지가 끈으로 엮습니다. 아버지는 이래저래 더 바쁘십니다.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다 ?은 마늘을 비닐하우스에 죽 진열. 비도 안맞고 잘 마르고... 농촌애서 비닐하우슨는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 다 묶은 마늘을 비닐하우스에 죽 진열. 비도 안맞고 잘 마르고... 농촌애서 비닐하우슨는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아버지가 묶으신 마늘을 비닐하우스에 가져다 이렇게 죽 세워 놓습니다. 그러면 비도 안맞고 잘 마르니까요.

 파종 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부터 지금까지 모든 병충해 잘 견뎌내어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는 농작물. 그걸 보며 지난날의 힘들었던 시간도 잊는게 농사의 묘미라고나 할까요.

 더위를 못 이겨 샘에 있던 양동이 물을 실컷 들이켜다 그걸 그만 엎질러 졸지에 목욕을 해 버린 강아지 한 마리가 몸통을 휘휘 털며 달려옵니다.

 마늘을 캐낸 자리, 여름 햇살은 더욱 따갑게 내리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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