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도 모르면서 일단 “비싸다”라고 해보는 게 오일장이다. 으레 흥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이번 예산장(예산군)에는 진짜로 비싼 놈이 나왔다. 아무리 봄이 제철이고 알이 꽉 찼다고 하지만 키로(1㎏)에 3만원이라니…. 주꾸미 다라를 안고 있던 장사꾼 아주머니도 덩달아 “비싸다”라고 공감하며 혀를 내민다.
비싸다라는 말을 들었는지 다라 속 주꾸미들이 한껏 몸을 부풀리고, 옆 다라에 납작 엎드려 있던 강게미(간재미)도 놀란 눈치다.
3월 25일 예산장 구석구석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상설시장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인도에 전을 펼친 할머니는 옹이진 손으로 애쑥을 다듬고 있다.
“한무데기 2000원이여” 환하게 웃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봄볕이 자글자글 끓는다. 참 착한 가격이다. 달래와 냉이도 넣어 애쑥된장을 찌면 맛나겠다.
옛 쇠전 쪽으로 시장 한켠이 환하다. 꽃장사가 펼쳐놓은 화분마다 빨강, 노랑, 보라색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칠십도 넘어 뵈는 할머니 한분이 요즘 애들 말로 꽃들에게 낚여 자리를 못 떠나고 있다. 결국 빨간 꽃 화분 하나를 집어든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꽃 앞에선 어쩌지 못하나 보다.
국밥집들 위쪽으로 ‘삐약삐약’ 병아리 소리가 부산한 걸 보니 봄이 제대로 찾아왔다. 중병아리에서부터 오리, 칠면조 새끼, 염생이, 똥강아지들까지 모두 지친 표정이 사람구경 신물 나게 한 눈치다.
이 중에서 인기 좋은 녀석은 단연 병아리다. 병아리들이 호들갑을 떨며 라면상자에 담기는 동안 사가는 사람들은 “알을 내먹으려고” 또는 “여름에 애들 잡아주려고…”하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이번 장엔 중병아리 한 마리가 토종은 5000원, 개량종은 4000원이란다.
이곳저곳을 기웃대다가 시장해진 사람들은 국밥집으로 찾아들고, 곤달걀 파는 곳에 앉기도 한다.
오일장에 나오면 돈은 참 쓸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