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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젊은 농부에게 '진정한 농부의 삶'을 배우다

문당리 환경농업 마을 방문기

2012.02.28(화) | 천영환 (이메일주소:chun1000y@gmail.com
               	chun1000y@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대표지인 문당리(충남 홍성) 환경농업 마을을 방문 했다. 무엇보다도 기대된 것은 그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주하늬’ 라는 젊은 청년 농부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나랑 몇살 차이 안 날뿐만 아니라, 가기전 본 그의 블로그는 ‘언젠가는 한적하게 농사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나는 촌놈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촌을 방문하는 것에 설레고 있었다. 


문당리 환경농업 마을은 “문당리 백년 계획을 통하여 생명 및 환경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농업을 통한 다양한 소득원 창출과 유통망을 개선하며, 아울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활환경도 환경친화적으로 복원함으로써 국토 환경보전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 한다”는 취지 하에 조성 되었다고 한다.

문당마을의 대표적인 생산품은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 쌀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 곳곳에는 오리를 나타내는 여러 상징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젊은농부에게진정한농부의삶을배우다 1  

▲ 주하늬씨가 직접 그린 마을지도.

  젊은농부에게진정한농부의삶을배우다 2  
▲ 문당리 마을의 오리 조형물

하지만, 실제로는 오리를 이용한 벼농사는 손이 많이 가기때문에 요즘에는 우렁이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마을홍보물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쯤 문당리 환경농업 교육관에서 ‘주하늬’씨를 만날 수 있었다. 주하늬씨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농부가 되었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의 아버지는 지금의 문당마을을 만드는 산파 역할을 하신 분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후에 바로 농촌으로 들어와 농사를 시작했다. 하고 싶은것 많은 젊은날에 농촌으로 들어온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혼자도 아니고 이제 결혼 2년차의 젊은 아내도 함께 데리고 왔다. 게다가 몇달뒤면, 벼농사뿐만아니라 자식농사도 짓게 된단다. 그런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 ‘나 행복해’ 라고 적혀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가 존경스러웠다. 인생자체를 놓고 볼때, 이제는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가 없는 우리네 현실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간에 자신이 자기마음의 주인이 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그는 자기 마음의 주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동전에는 앞뒤가 있듯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먼저, 3농혁신에 관한 이야기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나 또한 3농혁신에 대해서 잘 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충남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3농혁신 정책자체가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특정 정책을 농민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이해’라기보다는 정책을 바탕으로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더불어 만들어진, ‘농민들과의 신의’를 잘 쌓아 ‘그 관계 자체가 에너지’가 되어 지속가능하게 농촌이 변해야 하는데 말이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이제 3년차 농사에 접어드는 젊은 농부에게도 그동안의 농민정책에 대한 반감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은 오죽하겠나하는 생각을 했다. 3농혁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막연하게 ‘농민정책’이라는 것에 우선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농민 스스로가 농민을 위해주는 정책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하는가.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만이 그들의 입장은 무시한채 그저 원론적으로만 호불호를 따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에겐 정치적, 철학적문제가 중요한것이 아니었다. 직접 당면한 문제만이 중요할 문제일뿐일진데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만 제 밥그릇을 채우려고 떠드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도지사님은 농민들과 같은 톤의 목소리를 내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FTA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FTA따른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는 계층이야말로 농민계층인데 정작 농민들은 조용하다고 한다. 실제로 너무 조용하다. 반대로 정치권이나 언론은 마치 자기가 농부인양 너무 시끄럽다. 농민들은 더이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니 낼 수가 없다. 그럴 사람이 없다. 그런 목소리를 내기에는 농촌에는 너무 늙은 사람들뿐이거나 그럴 목소리 낼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논을 갈고 거름을 내야한다. 막상 내일의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농민들자체가 현실적인 부분에서 운동성을 잃어버렸다.

어느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약자가 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

대신 그들은 대변하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그들은 당사자의 시선이 아닌 자기들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문제인 것 처럼 호소한다.


달을 보라고 하면서 달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르키는 자신의 손가락만을 보게 만든다. 지금의 농부들도 그렇게 속아왔다. 더이상 아무것도 믿으려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믿음으로 메꿔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농사는 업이 아니라, 삶이라고 한단다. 농사보다는 농촌에서의 그들의 삶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나부터도, 촌놈인 주제에 촌으로 가는 것에 대해 설레고 있었던 것을, 다르게 생각하면 어쩌면 그만큼 나에게도 농촌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농촌에 산다고 다 농부가 아니다. 귀촌과 귀농은 다르다. 진정한 농부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한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농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여~”

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다.
그런 사회구조속에서도, 새롭게 태어나는 푸른 생명들을 피땀흘리며 정성스레 가꾸어 세상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농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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