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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들에 대한 사랑이 만든 '그림이 있는 정원'

2009.08.24(월) | 잎싹 (이메일주소:kji206@naver.com
               	kji206@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성 안내지도를 보면서 특별한 지명이 눈에 띄었다. 홍성팔중 제4경인 수목원 “그림이 있는 정원”이다.

보통 지자체에서 정하는 팔경을 보면 천혜자연을 꼽는 예가 많은데 개인 수목원이 지정된걸 보면서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찾아가는 길은 곳곳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쉽게 갈 수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엔 봄의 모습을 담아 그려놓은 화려한 안내판이 자리잡고있었다. 주차한 후 계단 옆 좌측으로 처음 눈에 띄는건 수생식물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궁남지 등 화려한 연꽃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곳에서 만난 수련은 특별히 다소곳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보통 수목원과 달리 이곳은 입구부터 개인 가정집을 방문하기 위해 대문을 밀고 들어가는듯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 포근함의 비밀은 역시 특별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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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 매표소

그림이 있는 정원의 대표 임진호 원장은 서울에서 전통 옻가구 공방을 40년 가까이 운영하던 중 1987년 대학생인 아들이 대학 MT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척수 장애로 전신마비의 장애를 입자 좋은 환경속에서 아들이 희망을 가지며 마음으로나마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상수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하였다.

누워서 볼수있는 창밖 풍경이 전부인 아들을 위해 가꾸기 시작한 관상수 농원은 20년이 지나면서 거대한 정원으로 바뀌어 2005년도부터 유료 수목원으로 개원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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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자 바로 눈에 펼쳐진 정갈한 풍경

아들 홍재씨는 사고가 난 후 7년을 누워만 있다가 입으로 타자기 두드리면 바깥세상과 소통하면서 구필화가의 소식을 접한후 1996년부터 본격적인 구필화를 그리기 시작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두 번이나 입상하기도 하였다. 구필화가 임형재 화백, 부모의 사랑으로 역경을 이겨낸 아름다운 희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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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메이와 그옆을 전통가구전시관과 미술관이 나란히 있다.

입장료를 내고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카페테리아 ‘메이’였다. 노천 비치의자까지 있어 편안한 휴식과 더불어 깔끔한 미각으로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는 공간이었다.

전통가구 전시관엔 40년 옻가구 공방을 운영하던 명장의 혼이 담긴 전통 옻칠 가구의 전시로 옻칠의 고유한 멋과 단아함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연소재의 이용으로 살아있는 나무에서는 느낄수 없는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눈에 익은 편안함과 더불어 옻색깔이 이렇게 고급스런 엔틱느낌이 나는지 처음 느낄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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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카페 우측으로 세월만큼 허리를 비튼 소나무와 잘어울리는 “더 갤러리” 한눈에 들어왔다. 휠체어를 타는 아들이 잘 다닐수있도록 만들어진 하얀 2층 건물이었다.

입구엔 가족의 인생역경이 잘 담긴 사진들과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내용들이 잘 안내 되어있었다. 전시된 그림은 모두 나무를 소재로 한 특별함이 있었다.

수목원에 특히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던 이유가 이곳에 있는듯 하였다. 소나무의 강한 기백이나 늘 푸른 생명력을 감각적으로 화가는 화폭에 담아내는 듯 하였다.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세밀하게 생명력을 표현한 그림들은 작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작업하였을지.

질펀한 시간들이 느껴져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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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실내작품들과 중간에 배치된 옻칠가구벤치

1998년 첫 개인전을 열며 적은 글귀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글을 옮겨보면.

자연의 흐름들... 하늘에 흘러 다니는 구름은 물이 사라진 메마른 땅에 물이 흐르게 하여 강과 실개천, 나뭇가지의 뻗침, 메말라 갈라진 흙과 같은 모습들이 생기게 하고, 우리가 그 모습들에 더욱 애착이 가게 되는건, 나의 몸속에서도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이유 때문일까?

내몸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자연의 그 흐름들은 혼자선 움직일 수 없는 나를 하늘이게 하고, 강이게 하며, 시랙천, 나무, 흙이게 하여 나로 하여금 그들과 하나란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그런 나를 더욱 더 깊은곳으로 이끌어 준 것 같다.

나는 그것들을 물과 종이를 이용한 수채화로 표현했고 물을 사용하여 담아낸 자연의 모습들은 그런 맥락에서 더욱 적당했다 생각하며 자유로이 변화되는 생명의 흐름들을 자그마한 이곳에 담아 나의 첫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임흥재 화백의 대표적인 두작품들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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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 밝음과 어두움속으로

밝음과 어둠의 숲에서도 변함없이 뻗어 나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것, 자연의 상징을 나뭇가지로 삼았으며,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자연의 생명력은 계속 나아간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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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기의 흐름 (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작)

대지의 기운을 끌어 올리는 뿌리의 강인한 생명의 힘을 표현한 것, 자연의 강한 힘을 표현하기 위해 얇고 가는 펜으로 섬세하게 작업한 것이다. 펜으로 작업하는 방법이 워낙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서 10개월 정도의 작업시간이 꼬박 걸려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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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나와 수목원을 한바퀴 돌아본다. 미술관에서 담은 마음은 어느새 느긋한 마음으로 솔가지 사이의 맑은 공기 한모금 마시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로 옮겨진다.

원장의 아름다운 부성애가 담겨져있다고 생각하니 돌하나 길하나 사랑이 베어있지 않은 것이 없는 듯, 애잔한 마음은 존경으로 바뀌어 경건해진다.

주제가 있는정원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해 본다. 

온실화원은 빨간기둥의 반원형으로 일반적인 식물과 다른 아열대식물을 전시, 관리하고 있다. 임석원은 암석과 수목의 조화로움을 이루며 암석 사이에 야생화와 분수대, 소나무, 학단풍까지 아름다운 수목으로 어우러져있다.

수생식물원은 수목원 중심에 자리한 인공수조에 연꽃과 수련등을 전시 수생식물의 단아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자생식물들과 소나무로 이루어진 자연생태원은 인공적인 조경을 배재하고 자연의 순리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안내 팜플렛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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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하게 누워있는 관람객

오밀조밀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키 큰 소나무아래 푸른 잔디화원은 눕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미 누군가는 소나무를 지붕삼아 잔디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편안한 모습을 보는 나에게도 명상에 잠기게 한다. 살다보면 살아지는게 인생일까? 묵묵히 지켜 준 부성애가 아니었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그림같은 정원은 잠시 사소한 집착에 억매여 생활의 근육통만 생기는 일상을 잠시 뒤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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