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窓
“열심히 배우려고 하긴 하는 디 교실서 나가면 다 까먹어. 그려도 여그 와서 공부하는 것만큼 재미난 게 없어. 예전 같으면 맛있는 거 먹는 게 낙(樂)이었는 디 이젠 선생님허구 공부하는 게 제일 좋아.”
지난 6일 충남 예산군 대술면 화천리 주민자치센터 1층. 오후 1시 30분이 되자 할머니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한 할아버지, 장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한껏 멋을 낸 할머니도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1주일 내내 오늘 오기만 기다렸다니까. 한글도 익히고 덧셈도 뺄셈도 하는 디 정말 신나.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인데도 수업 빠지지 않으려고 진료 날짜를 미뤘다니께.”
이날은 문해(文解)교실이 열리는 날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2시간씩 진행된다.
이미영 강사(41)는 “노인분들 대부분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배움에 한(恨) 맺힌 분이 많다”며 “기초 학력에 초점을 두고 가르치지만 학교 교육과 달리 시사 상식이나 휴대폰 사용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해교실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정이다. 한글을 배우고 산수·과학 등 초등학력을 갖추는 게 주목적이다. 이곳에서 연간 16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정하는 초등학교 졸업 자격도 주어진다.
/경향신문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