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굽이굽이 해안 따라 나만의 사색 안면도 ‘노을길’

낙조가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의 해변길 5코스

2023.10.19(목) 16:25:18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굽이굽이 해안 따라 나만의 사색 ‘노을길’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안면도 해변길 5코스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설탕처럼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가을바람 은은한 솔향과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안면도 해변길의 백미 ‘노을길(5코스)’에서 나만의 사색을 전해드립니다.

이미 16년이나 흐른 옛이야기가 됐지만, 충남 태안 해변길의 아름다움 속에는 아픔이 녹아 있습니다. 2007년 12월 청정해변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좌초하면서 실려있던 1만2547㎘의 원유가 유출됩니다. 시커먼 기름띠는 만리포, 천리포를 거쳐 안면도로 유입됐고 해안을 뒤덮었습니다. 엄청난 재앙에 전국의 120만 자원봉사자는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기름 제거에 나섰고, 안면도 바다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오가던 길이 이제 국민 모두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노을길은 안면읍 백사장항에서 방포항 해변까지 12㎞ 구간입니다. 빽빽이 들어찬 해송과 아름다운 해변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데 특히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로도 더욱 유명한 명품 코스입니다.

어린이조차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완만한 코스인 데다 나무데크 등 평탄하게 잘 가꿔져 성인의 보통 걸음으로 3시간, 쉬엄쉬엄 느긋한 발걸음도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백사장을 따라 이어진 길이여서 걷는 동안 오른쪽으로 서해를 바라보며 눈을 호강시키고 덤으로 파도 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노을길 시작점은 옥석같이 고운 흰 모래를 뜻하는 백사장항입니다. 안면도 대표 어항으로 봄과 가을에는 ‘꽃게’잡이가 대성황을 이룹니다. 예전에는 ‘대하’로 더욱 유명했지만, 자연산은 어획량이 줄고, 양식은 ‘흰반점병’이 유행하면서 예전만 못하지만 대신 양식 ‘흰다리새우’가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나면 본격적인 노을길이 시작됩니다. 이곳의 소나무는 ‘곰솔’입니다. 곰솔은 “잎이 곰 털처럼 거칠다”라고 붙여진 이름인데 바닷가에서 잘 자라 ‘해송’ 혹은 줄기가 검은색이라 ‘흑송’으로도 불립니다. 송림에는 죽은 소나무들이 여러 곳에 쌓여있는데 야생동물을 위한 비오톱(Biotope)입니다. 태풍 피해목을 이용해 야생동물이나 벌레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어진 모래사장은 ‘삼봉’해변입니다. 하나의 바위산에 마치 3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붙여졌는데 각각 22m, 10m, 18m 높이입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보면 봉우리가 4개지만, 반대에서 보면 3개로 보입니다. 이름 없는 한 개의 봉우리는 “눈물이 아지랑이 되어 조석으로 안개가 자욱하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주변에 삼섬, 뒷섬, 갈마섬, 거아도, 곰섬 등 무인도가 나란히 함께해 낙조에 더욱 아름다운 서해 풍광을 만듭니다.

삼봉해변과 탐방지원센터 사이에는 천사로(1004m)가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해변길과 함께 별도로 보호자를 동반한 장애인의 탐방이 가능하도록 300m 구간에 폭 2m로 보도블록과 나무데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탐방지원센터 옆으로는 해변길 휠체어보관소가 운영 중입니다.

기지포 해변에 도달하면 빼어난 경관의 해안사구와 만날 수 있습니다. ‘사구’는 육지에서 쓸려온 모래가 파도에 밀려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언덕에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며 자리를 넓힙니다. 그런데 해안사구를 구성하는 모래알갱이 사이의 공간은 지하수를 담을 수 있는 큰 항아리 구실을 합니다. 지하수를 깨끗이 정수해 풍부히 저장해주는 덕분에 주변에 농사도 가능하고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강한 햇살과 소금기가 있는 해안사구에 자라는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갯그렁이, 해당화, 순비기나무, 갯메꽃, 갯방풍, 모래지치 등은 연약해 보이지만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를 깊게 펼쳐 거친 환경에서 생명력이 탁월합니다. 몸의 털과 코팅막으로 염분을 막고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암반 갯벌로 이루어진 ‘밧개’해변은 전통적인 어로 방식인 ‘독살어업’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조수간만의 원리를 이용해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바윗돌을 그물 삼아 쌓은 ‘독살’에 갇혀 나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독살체험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노을길은 방포항을 지나 꽃지해변에서 마무리됩니다. 꽃지해변에는 썰물 때면 모래톱으로 연결되는 할미 할아비 바위가 애틋한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안내문에 따르면 신라 해상왕 ‘장보고’가 안면도에 기지를 두었는데 당시 기지사령관인 ‘승언’이 출정해 수년째 돌아오지 않자 이를 기다리던 ‘미도부인’이 바다만 바라보다 죽어 바위가 되었고, 마침내 돌아온 승언도 아내를 잃은 슬픔에 죽어 함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곳은 바위를 배경으로 서해의 붉은 낙조가 황홀감과 장엄함을 보여주며 서해 3대 낙조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안면도 해변 길은 학암포에서 영목항까지 모두 7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구간은 바라길(학암포~신두리 12㎞), 2구간 소원길(신두리~만리포 22㎞), 3구간 파도길(만리포~파도리 9㎞) 4구간 솔모랫길(몽산포항~드르니항 16㎞), 5구간 노을길(백사장~방포 12㎞), 6구간 샛별길(꽃지~황포 13㎞), 7구간 바람길(황포~영목항 13㎞) 등으로 어느 곳이나 아름답지만, 가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나만의 호젓한 산책에 노을길을 추천해 드립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09-20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