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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남은 부여 버스터미널 쥐포 할머니

추억이란 이름으로

2011.12.14(수) 조연용(whdydtnr71@naver.com)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여’ 하면 가장 먼저 패망한 백제를 떠 올리거나 혹은 최근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계백’을 떠 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예로부터 역사의 한 줄을 붙잡고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이 있는 것처럼 내 기억의 콩꼬투리를 여는 무명의 할머니가 있다.

바로 부여터미널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40년 넘게 군밤과 쥐포를 팔고 있는 머리에 하얀 백발이 성성한 군밤 할머니다. 부여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토요일마다 집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가면 꼭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평소 육식을 못하는 내 까다로운 식성에서도 좋아하는 기호 식품이 있었으니 바로 ‘쥐포’다. 처음에는 쥐포에서 나는 짭조름한 냄새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자꾸만 먹다보니 그 맛에 길이 들어서 오징어보다 쥐포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흔을 넘긴 이 나이에도 할머니가 파는 쥐포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단골 손님이다.

   

그렇게 20년 넘게 할머니의 단골손님으로 쥐포를 사 먹으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부여에 방문했을 때는 용기를 내서 할머니 앞에 다가갔다.

  “저 할머니!~ 언제부터 여기서부터 장사를 하셨어요?” 

  “벌써 44년째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지. 그래도 옛날에는 수입이 좋았는데 지금은 남는 것이 없어. 그냥  오랫동안 하던 일이라서 이렇게 나와서 앉아 있는 거지. 버스에 다니면서 신문하고 쥐포 파는 아저씨 있지? 그 양반하고 나하고 여기 부여 버스 터미널에서 쭈욱 장사를 오래 했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풍경처럼 그렇게 부여버스터미널을 지키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서 부여를 찾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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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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