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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내 귀에 캔디, "어머니, 경치가 참(!) 좋지요?"

2020.07.29(수) 15:32:3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며칠째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진다. 어쩌다 반짝 드는 볕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토요일 오후, 잠시 비가 그치자 밖으로 나가고픈 본능이 꿈틀댔다. 못 이기는 척 외출에 따라나선 나어린 동행자는 "여름에는 슬리퍼 만한 게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언제 또 날씨가 변덕을 부릴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큰 우산을 챙겨서 도착한 곳은 공주 공산성!
 
내 귀에 캔디, "어머니, 경치가 참(!) 좋지요?" 1
 
금서루(서문에 해당)와 오르는 길
▲금서루(서문)와 오르는 길
 
아직은 코로나19 여파로 입장객 수가 예전만 못하지만, 무료로 개방 중인 공주 공산성을 찾은 관광객이 솔찮이 보였다. 
 
공주 공산성 방문자센터
▲공주공산성방문자센터
 
이제나저제나 완공 소식을 기다리는 공산성방문자센터도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내 귀에 캔디, "어머니, 경치가 참(!) 좋지요?" 2
 
내 귀에 캔디, "어머니, 경치가 참(!) 좋지요?" 3
 
공북루 남쪽 발굴지루(옛 성안마을)
▲공북루와 그 남쪽의 발굴지(옛 성안마을) 전경 및 공산성 내 조선시대 건물지 분포현황
 
나어린 슬리퍼를 신은 동행자 탓에 한여름 무더위에 공주 공산성 둘레길에 오를 생각은 애당초 꿈도 꾸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공주 공산성 공북루 남쪽의 왕궁 관련 발굴유적지만 둘러보게 되었다.
 
공주 공산성에 대한 조사는 1980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33회에 걸쳐 진행됐다고 한다.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고려시대 건물지는 확인되지 않음)까지 왕궁시설, 웅천주 거점, 중군영지 등 주요시설이 입지했던 곳인 만큼 왕궁중심지, 저수시설, 공방지, 왕궁부속건물지, 연지 등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2011년 10월에는 공산성 유적 발굴현장에서 '정관 19년(645년)'이라는 글자가 쓰인 백제시대 옻칠 갑옷이 나왔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660년, 의자왕이 피신처로 삼았던 공산성이 장군 예식진의 배신으로 항전 5일 만에 당나라군에 점령되어 멸망하게 된다. 안내판에는 '~공산성에서 벌어진 최후의 격렬한 싸움 끝에 남겨진 유물인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 갑옷은 백제 최후의 날 의자왕과 백제 비극의 현장을 경험한 증거 아닐까요?'라고 쓰여 있었다.
 
공주 공산성에서는 철갑옷, 마갑(馬甲), 큰 칼, 다량의 화살촉과 함께 전장의 참상을 전해 주는 유물이 발견되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공산성 내 영은사에서 구국의 일념으로 승병들이 승병장 영규대사의 지휘 아래 훈련을 받고 금산전투에 참여했다. 1624년에 이괄의 난을 피해 공산성으로 피난을 온 인조는 이 절을 '영은사'로 이름을 고쳤으며, 국방의 요지로 여겨 승병을 계속 주둔하게 했다. 그렇기에 최근 영은사의 주지스님이 새로 임명된 후에 보이는 변화를 감지한 지인 한 분은 호서의 대표적 호국사찰인 영은사에서 추모각을 짓고 제를 올려야 한다며 역할 확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공산정(관망대)이 보이는 풍경
▲공산정(관망대)이 보이는 풍경
 
공산정
▲공산정(구 관망대)
 
슬리퍼 차림의 나어린 동행자 탓에 제한된 곳만 걷게 되자 은근 불만이 일었는데, 말없이 뒤따라다니다 멀찍이 보이는 공산정에 올라보겠다고 앞장서 주니 행여 미끄러질까 걱정이 되면서도 고마웠다.
 
공북루 남쪽 대지
▲공북루 남쪽 대지
 
금강교가 보이는 풍경
▲금강교가 보이는 풍경
 
공산정에 오르니 잠시 전 둘러본 공북루 남쪽의 발굴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집불통 동행자가 고마운 까닭이다.

이곳에 오르는 이들은 "멋지다!", "기가 막히다!" 감탄사를 내뱉기 마련이다. 그 소리가 높으면서 크고 길면 의도치 않게 첫 방문자임을 주변에 알리게 된다. 공산정은 개인적으로 방문자들을 염탐할 수 있는 특별한 재미를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공산정에 오른 방문자들 틈에서 한 중년 남성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경치가 참(!) 좋지요?"
"그래. 좋구나!" 연로하신 어머님의 정겨운 대답이 들리자 살짝 고개를 돌려 모자를 엿보게 된다.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다음에도 경치 좋은 곳으로 모실게요."
공산정에 올라서 이제껏 들었던 그 어떤 감탄사보다 정겨운 대화를 나눈 두 분은 그렇게 공산정을 떠나갔다.
 
소원탑
▲방문자들이 쌓아올린 공산정 부근의 돌탑
 
앞선 시대에 공주 공산성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왕성이자 백제의 멸망을 맞은 최후의 전장이었다. 그곳이 이제는 수려한 경관을 감탄하며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저물녘, 공산성을 내려와 잠시 숨을 돌리자마자 결국 준비해 온 큰 우산을 펴야만 했다. 장마에 잠시 비친 한 줄기 빛처럼 감사하고 달콤한 하루를 선사하고 떠나신 두 분이 다음에도 공산성에서처럼 멋진 풍광을 즐기시길 소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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