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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행복하기 위해 예술을 전하는 사람

대전의 문화예술 잡지 월간 토마토 이용원 발행인과 함께하는 두 시간

2014.11.13(목) 21:35:07 | 임효인 (이메일주소:babas23@hanmail.net
               	babas23@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수요일 저녁, 비도 부슬부슬 내리니 분위기가 좋았다.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 할까 생각하다가 생각난 게 있어 일찍 기숙사로 발을 돌렸다. 충남학사(충남인재육성장학재단 학생기숙사)에 반가운 얼굴이 온다는 것이 그것이다. 수요일 저녁, 월간 토마토 이용원 발행인의 특강이 있었다.



행복하기위해예술을전하는사람 1
 



그간 충남학사에서는 면접 전략, 프레젠테이션 활용법, 인문학 특강 등 외부 명사를 초청해 유익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었다. 그 마지막 시간인 수요일 저녁, 나에게는 좀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다름 아니라 이번 특강의 명사는 학교 선배다. 내가 태어난 해의 학번을 가져서 교류도 없고 처음 보는 것이지만, 내가 사는 곳으로 이야기를 하러 온다고 하니 괜히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1학년 전공과목 조별 과제 중 ‘언론인 만나기’라는 과제가 있었다(참고로 필자는 언론정보학을 전공). 마지막 시간, 각자 만난 언론인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 ‘월간 토마토’를 알게 됐다. 우리 과 선배가 하는 문화 월간지라는 것만 알았다.
 

대학교 3학년 무렵, 나는 문화나 예술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힙합’ 문화에 빠지게 되면서 다른 종류의 예술에도 조금씩 관심이 갔다. 그간 도민리포터를 통해 나의 짧은 문화생활(?)을 전하기도 했었다.
 

문화예술월간지의 발행인을 떠올렸을 때 드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외모였다. 본인도 충남 홍성 출신이라며 사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선배가 왠지 친근했다. 가벼운 말투로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 본인이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생각으로 발을 내딛은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행복하기위해예술을전하는사람 2




대학 졸업 후, 충북의 작은 지역 신문사에서 5년간 일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사는 게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밀려왔다고 한다. 33살, 늦은 사춘기가 온 것이다. 그는 김두식 교수의 책에 나오는 ‘지랄총량의 법칙’을 언급하며, 그간 착한 소년으로, 청년으로 살던 시기에 하지 않았던 ‘지랄’들을 그제야 했다고 했다.
 

집에 박혀서 책만 읽었던 적도, 삶에 대한 방향을 상실한 채 그저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2년 월드컵을 맞이했고, 살면서 처음으로 전 국민이 하나가 된 ‘축제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왜 평소엔 이렇게 살지 못하는지,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음에도 왜 그렇게 긴장 속에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행복해 보이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보며, 본인이 행복한지도 잘 모를 정도로 삶에 찌든 사람들을 보며, 일상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찾은 정답이 바로 ‘문화’이고 ‘예술’이었다.
 

보통 우리가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곰곰 생각해보자. 예술, 그 단어가 주는 괴리감, 낯섦은 예술이 부재한 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만해도 그렇다. 학창시절 미술이나 음악은 항상 멀게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이용원 발행인은 예술이 있는 일상과 그렇지 않은 일상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예술과 먼 삶을 살아왔기에 쉽게 상상이 되지 않던 와중 다시 질문을 던졌다. “결혼 상대가 예술을 아는 말랑말랑한 사람이기를 바라는지, 그렇지 않은 딱딱한 사람이길 바라는지.”


역대 특강 중 제일 많은 사생들이 모인 자리였다.

▲ 역대 특강 중 제일 많은 사생들이 모인 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랑말랑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 않을까? 예술은 즐거움과 감동, 사회적 교훈을 준다. 이에 더해 그는 나아가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창조성이다. 창조성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예술이 우리의 일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의 방증이다. 예술과 가깝게 지내는 유럽인들의 예를 들었다.
 

스페인의 사바델 광장에서 열렸던 플래시몹을 다같이 감상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미래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모두들 공감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GBaHPND2QJg)
 

창조성이 없는 삶, 삶을 설계하지 못한 지금의 20대를 보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형적인 ‘학원세대’인 지금의 20대는 방과 후엔 학원에 가는 정해진 삶만을 살아온 결과, 스스로 창조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했다. 또한 이시기 많은 부모님들이 IMF를 겪으며 자녀들에게 살아남을 것을 강조한 결과, 다들 맹목적으로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한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예술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쌓인 분노들을 분출하는 방법으로 ‘예술’을 제시했다. 예술을 모르는 삶은 제대로 분출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월간 토마토 발행인이자 선배인 그는 청중들에게 ‘즐겁게 살라’고 했다. 안정적인 것만을 좇으며 지금을 낭비하기 보단, 즐기며 재밌게 살라고. 부당하고 부조리한 삶에 편입하려 하지 말고 아니다 싶은 것들이 있으면 바꾸려고 노력하라고.
 


이날의 특강은 지금껏 학사에서 준비한 명사초청 특강 중 제일 좋았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에게, 공들여 쓴 입사지원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좌절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훌륭한 시간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 만드는 방법도, 기업에서 좋아하는 인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행복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뜻 깊었다. 힘이 난다. 구수한 막걸리 한잔보다 더 기분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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