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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사이의 경계>에서 거닌 봄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 전시

2014.03.18(화) 12:46:00 | 임효인 (이메일주소:babas23@hanmail.net
               	babas23@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주말 내내 화창함의 연속이었다. 도서관에 박혀서 거의 매일 비슷한 나날들을 보내기엔, 날씨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도서관이 아닌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주는 봄의 휴식!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지되고 있는 <사이의 경계>展에 다녀왔다. (Between the Lines 사이의 경계: Korean Contemporary Art Since 1970)
 
  가까이에 있지만 좀처럼 찾게 되지 않는 곳이었다. 영화 한 편보다도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그 이상의 감동과 영감들을 얻을 수 있음에도, ‘미술’이라는 멀게만 느껴지는 예술과의 거리감 때문이랄까. 고등학교 재학시절 수행평가로 미술 감상문을 쓰기위해 방문한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찾은 아라리오 갤러리였다. 대학생이 돼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겨 학교가 있는 대전에서 몇 번 미술관에 갔었지만,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하루아침에 가까워지긴 힘든 문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봄날의 휴식’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하고, 1970년대 한국 미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12시가 안 돼서 찾은 미술관은 한적했다. 걸작들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층에 걸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을 1층부터 차례대로(안내 팸플릿에서 일러주는 순서대로) 감상했다.
 
  작품 형태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이번 전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첫 번째 작품부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작품을 소개하는 안내 글귀가 없었다면 몰랐을 소재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아래의 사진에 있는 작품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전시장에 가서 확인해보도록!

최병소, 무제, 2012

▲ 최병소, 무제, 2012 


  커다란 규모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사로잡힌 채 매료됐다. 그 규모만큼이나 울림이 컸던 작품이었다. 추상미술의 특성상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무언의 메시지가 눈과 가슴으로 팍! 들어왔다.


 

윤명로, 익명의 땅 91630, 1991

▲ 윤명로, 익명의 땅 91630, 1991


 
  1층 감상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가던 중 마주한 한 작품!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소설 표지로 쓰인 익숙한 작품이 걸려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그림이었다(정말 반가웠다!).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2층에 다다랐다. 걸음마를 뗀 이후로, 내 생에 그렇게 느렸던 층계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8

▲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8



  2층 역시 내 감각들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았다. 생각지 못한 소재의 이용이 재미있었다. 이번 <사이의 경계>展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강소 작가의 실크스크린 3점과 최병소 작가의 1973년 작 <무제(untitled)>가 원작으로서 처음 전시됐다(안내 팸플릿 참조). 중학교 미술 시간에 배운 실크스크린 기법에 작가의 특별한 표현이 조화로웠던 ‘경계의 표현’을 직접 보았다.

  김구림 작가의 작품 <걸레>는, 영상화된 작품으로 더욱 뇌리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많은 생각에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사이’와 ‘경계’에 담겨있는 동양철학에 감탄했다.
 
  1970년대 한국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품에 담긴 뜻들이 ‘여유’나 ‘평화’ 등의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라가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에 예술가들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가난하고 각박한 환경에서 온 몸으로 저항하고 목소리를 낸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한쪽에 준비돼 있는 윤명로 작가의 다큐를 보는 것을 끝으로, 나의 작품 감상은 끝났다. 기념품 가게까지 구경하고 갤러리를 빠져나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였다. 여전히 날은 따뜻했고, 풍부해진 영감만큼이나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좋은 놀이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전시는 봄이 한창인 5월 6일까지다. 천안시외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뛰어난 접근성도 놀이터 선정 이유! 이 봄이 끝나기 전에 한번쯤 그곳으로 놀러가는 것을 적극 권한다.
 

사이의경계에서거닌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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